박경복 논설위원(가든프로젝트 대표)

‘똥 진 오소리’란 말이 있다. 오소리가 너구리굴에서 함께 살면서 너구리의 똥까지 져 나른다는 데서 유래한 속담이다. 더러워서 남이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하거나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을 놀리는 비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고려대학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제기동 파출소 골목으로 들어가면 서울의 맛집으로 소문난 ‘오소리 순대집’이 있다. 순대국 한 그릇에 5000원, 모듬순대가 1만 원이다. 이 곳은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단골집이다.

여기서 ‘오소리(吾小利)’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적은 이익을 보고 팔겠다는 선언적 의미이다.

지난해 연말,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었지만, ‘오뚜기’는 10년째 라면 값을 동결해 화제를 모은 반면, 경쟁업체의 브랜드인 ‘너구리’는 권장 소비자 가격이 평균 5.5% 인상되었다고 한다. 오뚜기는 비정규직 제로, 창업주의 기부활동, 상속세 전액납부 등의 훈훈한 미담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어, 매출이 증가했다.

최근 신문 기사 중에 ‘삼성전자, 세계정상에 섰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제조 기업이 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기업의 총수는 뇌물죄로 기소되어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85세의 노인이 전직 대통령과 연관된 영남대 사학비리를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노구를 이끌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로 경주 최 부잣집 종손 최염 회장이다.

경주 최 부잣집에는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재산을 만석 이상 지니지 말며,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말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고,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을 입히라는 여섯가지 내용의 가훈(家訓)이 있다. 이를 육훈(六訓)이라 한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고대 로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과 결이 같다.

최근 조경분야에 단체결성, 조합결성, 단체연합 등 물리적 결합 활동이 부쩍 눈에 띈다. 연대와 협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반면,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보일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우선 국민들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없애고,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좋은 품질의 물건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오소리(吾小利)다. 똥 진 오소리다’라고 외칠 때, 조경 분야의 미래는 밝다.

 

출처: 환경과조경 http://www.lak.co.kr/news/boardview.php?id=2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