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5일 0시 30분, 북한에서는 평양시간이 적용됐다. 동경(東經) 127.5。에 맞춰 시간을 변경한 것이다. 이전에는 남·북한이 동일하게 동경 135。의 시간대를 사용했으나,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일본제국주의 잔재청산이라는 명분으로 현행 시간보다 30분 늦춘 것이다.

국내에서도 정치·사회·군사적인 측면에서 여러 차례 논란이 반복됐던 주제이다. 이에 대해 공간을 계획하는 조경가의 입장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시간 논란의 단초가 된 경도(經度)에 대해 살펴보면, 영국 런던에 위치했던 그리니치 천문대(현재는 케임브리지로 이전)를 지나는 경선(經線)을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으로 360。를 나누어 동쪽은 동경(東經) 180。 서쪽은 서경(西經) 180。로 구분한다. 지구는 대체로 24시간에 360。 회전하기 때문에 1시간은 15。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1시간 간격의 경선은 중국 산둥반도 일대 동경 120。와 일본 고베시 일대 동경 135。대를 지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를 지나는 동경 127.5。는 1시간씩 구분되어지는 15。의 중간시간대인 7.5。이므로 기존에 사용하던 경선인 동경 135。와는 시간상으로 30분의 차이가 발생한다.

앞서 본초자오선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여기서 자오선(子午線)이란, 12방위(方位) 중 정북(正北)을 나타내는 첫째 지지(地支)인 자(子)방위와 정남(正南)방위의 일곱째 지지(地支)인 오(午)방위의 줄임말로서 남북 축을 지나는 경선(經線)을 자오선이라 한다.

따라서 공간이론의 기본이 되는 방위학적 관점에서 보면 태양의 일남중(日南中) 시점인 정오(正午)는 한반도를 지나는 경선인 동경 127.5。를 채택해야만 한다. 이는 1434년 세종 16년에 장영실이 만든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선(經線)이 공간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좀 어렵다. 태양이 공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로 질문을 바꾸면 답은 명확하다. 실존공간인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집트 핫셉수트(Hatshepsut) 여왕이 태양신 아몬(Ammon)을 모신 데르 엘 바하리(Deir-el-Bahari)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나일 강의 북쪽에 위치하며 산악 지형을 뒤로하고 배치돼 있는데, 신전 방위는 서북쪽 26도에서 동남쪽 26도를 가리킨다. 이것은 동지(冬至)의 태양 일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태양이 신전의 공간 배치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국내사례로는 참성단을 들 수 있는데, 제단의 방향이 동남쪽 진향(辰向)을 하고 있으며 이 방향에서도 동지(冬至)의 일출을 향한 공간구조를 취하고 있다.

근대 도시공간에서도 태양이 공간구조에서 미친 영향을 확인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들 수 있다. 프랑스인 피에르 샤를 랑팡의 설계로 건설된 계획도시인 워싱턴 D.C는 백악관과 워싱턴 몰을 중심으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정원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시가지는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을 중심으로 넓은 도로들이 태양의 빛이 뻗어 나가는 방사선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는 프랑스 설계가인 랑팡이 베르사이유 궁원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에 기인한다. 베르사이유 정원 역시 설계가인 앙드레 르 노트르에 의해 태양왕 루이 14세의 상징인 태양이 공간디자인의 모티브로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양은 실체와 상징으로서 고대~현대, 동양~서양, 정원~도시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공간을 디자인 해 왔다. 태양의 입사각은 지구의 적도선을 기준으로 자전축과 위도(緯度)에 따라 달라진다. 이로 인해 계절이 나뉘고 자연환경 조건이 달라진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건축물의 구조와 형태를 결정하기도 한다.
위도(緯度)는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 공전주기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을 결정짓는 시간적 요소이며, 경도(經度)는 지구의 자전주기에 따라 새벽, 아침, 점심, 저녁, 한밤중 등 하루 24시간을 결정하는 시간적 요소이다. 경도는 또한 풍수지리학에서 양택(陽宅)과 음택(陰宅)의 입지를 결정하는 24방위(方位)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며, 여기서 7.5。는 방위를 교란시키기에 충분한 요인을 가지고 있다.

사주(四柱)라고 해서 사람이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時)를 토대로 삶의 생(生), 장(長), 성(成), 쇠(衰)를 판단하는 명리학적 관점에서도 30분이라는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남과 북을 통과하는 경도(經度) 127.5。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필수요소인 시간의 선(線)이다.

 

출처 : 한국건설신문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