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첫 머리인 학이(學而)편 제1장은 배움의 기쁨과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올 때의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2014년12월 6일. 그 해 겨울 문턱에서 잃어버린 도시「하남위례성」을 찾는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한성백제시대의 경관을 답사하고자 하는 조경분야 전문가들의 답사모임인 「한국경관답사」팀의 하남시 방문이었다. 부끄럽게도 전문가를 수소문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저의 연락처를 받게 되었단다. 암튼 전문가라고 내세울 만큼은 아니지만 마땅히 달리 소개할 분도 없는 터라 반갑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다. 이때의 느낌을 돌아보니 논어의 첫 문장이 그 때 나의 느낌이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 많이 부족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은 마음에 현장 답사 때 못 다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고자 한다.

역사 · 문화 · 경관이란 단어는 각각이 지니고 있는 무게가 실로 크다. 이러한 단어들로 조합된 역사문화경관답사는 더욱 그러하다. 경관답사라는 경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같은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동학(同學)으로서 선배님, 후배님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환경설계분야는 최근까지 외국 사조(思潮)와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무절제하게 모사(模寫)해 왔다. 이로 인해 국적불명의 디자인이 범람하고 있고, 심지어는 또 다른 자원의 낭비와 환경의 훼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담긴 전통양식에서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병행됐다. 그러나 우리고유문화에 대한 문학적, 역사적, 철학적 지식부족으로 조선시대에 편중된 전통양식의 외형적 모사가 이루어지는 한계성과 부자연스러운 전통요소가 범람함으로써 전통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계획은 지역, 공간, 재료, 그리고 감정과 본능 따위만 다루는 것이 아니고, 정신의 영역인 사상까지를 다루어야 한다. 설계는 지적호소력이 있어야 하고, 희망과 바람을 충족해야 한다. 감성적으로 호소력 있는 설계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릎 꿇고 기도하는 마음이 되도록, 높은 이상주의의 세계로 올라가도록 할 수 있다. 단순히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환희와 영감을 주는 것이 훌륭한 설계라고 저명한 서양의 조경가는 이야기한다. 자연재해와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우리의 문화와 정서는 점차 고갈되고 있는 이 시대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 조경분야의 설계 언어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조경가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조경 설계의 영역, 역할, 활동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또한 조경 설계의 고유한 이론을 재정립하고 그에 따른 실천적 활용을 게을리 하지 않고 조경 설계의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극복하는 노력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간의 종적인 흐름 속에서 구현된 역사문화경관의 고유 양식을 창조한 사상적 배경, 자연환경요소, 인문환경요소를 살펴서 과거양식의 사례에서 현재의 작품에 도움이 될 영감(靈感)과 정보를 발견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역사문화경관에는 인간의 오감(五感)을 통해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이 의미를 갖고 존재한다. 인간에 의해 꾸며지고,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되어 온 한 민족의 역사?문화경관은 정신세계의 결정체이며 하늘, 땅, 사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이자 과학이다. 때문에 풍토 여건과 함께 정신문화적인 배경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관의 꾸밈새는 서구의 경관과 달리 직접적인 표현이나 시각 위주가 아닌, 상징적인 간접 표현법이 주로 활용돼 시간과 공간에 따라 오감을 통해 달리 인지되는 소우주적인 문화 경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사상적 배경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경관을 해석하는 철학적 측면의 접근 방법으로는 경관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파악하며 경관을 인간의 실존적 장으로 보고, 경관이 조성된 의도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를 밝히는데 관련된 해석학과 경관의 경험을 통하여 경관의 본질 혹은 근원적 의미를 밝히는 데 관련된 현상학적 접근 방법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조경분야에서 역사문화경관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소망해 왔고 드디어 조경분야가 주축이 된 한국경관답사팀을 마주하게 됐다.

조경학이 국내에 도입돼 4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경험적 반성에 의해 조경가의 역할, 특히 설계가 역할의 중요성, 설계 언어의 필요성, 정체성의 확립, 조경 설계의 고유한 이론의 재정립 등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환경설계의 발전적 방향을 제시하고, 서양의 과학적·합리적 이성주의에 의해 단절된 동양문화의 상징적 사유 체계에 내재된 코드(Code)를 역사문화경관 답사를 통해 발견하고 계승하여 환경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

 

 

출처 : 한국건설신문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