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쟁이 찬반으로 뜨거울 때, 필자는 조경분야의 역사인 조경사를 전공한 입장에서 조경사에 대해 논쟁이 뜨거워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었다. 가능할 것 같았다. 한국사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독도문제, 위안부문제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동북공정문제 등이 그랬다. 매년 8.15 광복절만 되면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가 이내 잠잠해지기를 반복해 왔던 기억이 있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는 말을 조금 바꾸어 ‘조경사를 잊은 조경분야의 미래는 없다’로 바꾸어 인용하고 싶다.

역사(歷史)란 무엇인가? 역사가(歷史家)와 사실(事實)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 즉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E.H Carr(1892~1982)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What is History?에서 결론짓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의 현실 전체의 역사, 구체적으로 알려진 과거의 사실 또는 역사적 사실 중에 우리가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것은 기록되어진 역사적 사실인 점을 감안한다면, 역사적 사실을 파악해 내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역사가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역사가의 손을 거쳐 그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는 역사. 과거 사실을 자의적으로 재단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역사가. 이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즉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황제들은 하늘에 올리는 제례인 봉선(封禪) 의식을 통해 자신이 황제가 됐음을 고(告)하고 그에 대한 징표로 정(鼎)을 받아야만 온전히 황제로 인정되었으나, 한무제(漢武帝)는 정을 받지 못할 경우 이러한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평가되고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기록담당 관리를 다른 소임을 주어 제례행사에 참석치 못하게 했다고 한다. 제례에 참석하지 못해 사실 기록의 기회를 놓친 관리는 홧병으로 세상을 뜬다. 이가 바로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의 아버지 사마담이다. 사마천의 초상화를 보면 수염이 없다. 황제의 생각에 반하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결과로 사형과 궁형 중 생식기를 제거 당하는 형벌인 궁형(宮刑)을 선택해 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성으로서는 치욕일 수 있는 형벌을 참아내며 목숨을 부지한 이유는 아버지 사마담이 죽으면서 자신이 시작한 사기의 완성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개인의 희생을 감내하며 역사기록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사기(史記)」를 완성 한 후 2년 뒤에 사망한다.

다음 회부터는 각론으로 들어가 조경분야의 미래를 위해 인류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살펴본 경관의 역사를 다루고자 한다. 그에 앞서 한국조경사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조경가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분의 휘자(諱字)는 윤국병 교수님, 민경현 교수님이다. 이 두 분은 현장을 중심으로 조경사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신 분들이다. 이 분들을 추모하며 조경사란 무엇인가?, 조경가는 어찌해야 하는가? 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출처: 한국건설신문 오피니언 기고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