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전, 평일 지방출장으로 미뤄둔 업무를 처리하려고 사무실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사무실 인근 도로는 차량으로 넘쳐났다. 대학입학을 위한 논술시험을 치르러온 학생과 학부모들로 인해 학교 인근 도로가 혼잡했음을 알게 되고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오래전 대학 입학 때의 오리엔테이션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2015년 올 해도 이제 1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청년취업이 특히 어려운 경제여건이지만 새해에도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생들 또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것이다.

이때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학교 또는 회사에서 시행하는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다. 오리엔테이션은 신입 사원이나 신입생 등 새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환경 적응을 위한 교육으로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는 의례(儀禮)인 것이다.

학교, 회사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구체화된 용어는 새로운 장소(place)이다. 장소는 명백하게 추상적인 위치 이상의 물질, 형상, 재질, 색을 가진 구체적인 사물들로 구성된 총체성을 의미한다. 이들 사물 등은 함께 모여 ‘환경의 성격’, 즉 장소의 본질을 결정짓는다. 예로부터 동서남북의 기본방위는 세계의 구조(構造)를 결정하는 요인 중 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돼 왔다. ‘定位'(Orientation)라는 말은 해가 뜨는 방향, 즉 동방(orient)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교회당은 항상 동쪽을 향한 제단에 의해 향(向)이 맞추어져 있었다. 빛의 근원으로서의 동쪽은 동시에 생명의 근원이 된다. 인류문명이 발달하기 이전 선사시대의 고인돌 무덤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역시 고대인들의 시신에서 머리 부분 역시 대부분 동쪽으로 향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태양숭배문화가 길지(吉地)를 선정하는 기준이 됐다. 후대에 형성된 풍수지리사상도 그 중 하나인데 양택(陽宅)과 음택(陰宅) 등으로 나뉘어 도시, 마을, 집, 분묘 등 공간의 성격과 규모에 맞는 혈(穴)자리를 택할 때 풍수적 기본요소인 산, 수, 방위를 중요시해 각 고을이나 도시마다 진산(鎭山)과 내수(內水)를 취한다. 취락은 진산을 뒤에 두고(背山), 산기슭에 남향으로 앉아 마을 앞의 경작지와 이에 필요한 급수원인 하천을 마주하고 산, 수가 합하여 기(氣)가 모임으로서 기본적 정주(定住)공간을 형성한다. 이러한 정주지는 기능적 측면에서 방위의 필요성이나 산중턱에 위치함으로서 홍수를 예방한다. 또 겨울철의 매서운 북서풍을 막아주며 온화한 바람을 가두어 놓고(藏風), 농경지에 필요한 용수를 적절히 공급하는 등 입지적 과학성을 표출하고 있다.

조경기술자격확대 등 조경분야에 불어 닥친 매서운 북서풍을 막아내기 위해 대화와 공유를 위한 범조경계의 모임이 구성됐다고 한다. 임업, 생태, 환경 분야 등의 지속적인 영역확장, 관련 정부 부처와의 마찰, 조경계 내부의 무관심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인 상태에서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찌 대책을 수립할 것인가? 정위(定位)하라.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해야 한다. 돌풍과 비바람은 예고 없이 일어나지만 또한 자연현상이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지 말고 구름 뒤의 태양을 보아야 한다. 환경복지의 수혜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태양(太陽)이다. 풍즉기산(風則氣散)하니, 장풍득수(藏風得水)하라.

 

 

출처 : 한국건설신문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673